개인주의 성향이 심한 남편.. 이거 이혼 안하고 이해할 수 있나요?
제목 그대로 남편의 개인주의 성향과
개인 영역이 너무 강한 부분 때문에 결혼 생활이 힘들어요.
반면 저는 결혼을 했으면 같이 가정을 이룬거니까
배우자와 많은걸 공유하고 가족이란 안정감을 느끼고 싶은 사람이에요.
근데 남편의 성향만 놓고보면 연애할 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어서 싸운 뒤에 언제라도 쉽게 헤어질 것 같고 가족같은 끈끈함이 안 느껴져서 아이를 갖는게 무서워요.
남편의 개인주의 성향을
간단하게 적어보자면
- 경제권 합치는 거 싫어함. 네가 정 원한다면 각출해서 생활비로 필요한 거 쓰고 그 외엔 각자 관리하자고함. 이것도 싫다면, 원하는대로 다 합치자곤 했는데.. 달가워하진 않음
- 남편 핸드폰을 내가 조금이라도 터치하려고하면 바로 거부반응 보임. 예를 들어 남편이 본인 폰으로 뭐 보다가 웃긴게 있어서 나한테 이거 보라면서 들이밀었을 때, 내가 편하게 보려고 그 핸드폰 가져와서 직접 들고 보려고하면 싫어함. 자기가 손으로 잡고 있어야됨. 내가 핸드폰 비밀번호를 알려달라한 것도 아니고 카톡이나 사진첩이나 딱히 뭘 보여달란 것도 아니고, 그냥 핸드폰 기계 자체를 터치하는 것만으로도 싫어함. 나한텐 이게 너무 예민하게 느껴짐.
- 제가 아침에 지방 내려가면서 급하게 현금을 찾아야 될 일이 있었어요. 근데 생각해보니까 제 카드를 다른데 두고와서 돈을 못 찾는 상황이라, 맘이 급해져서 남편한테 부탁했어요.
내가 계좌이체 해줄테니 카드 좀 빌려달라고.
그랬더니 "아 그럼 카드 비밀번호 알려줘야 하잖아" 이렇게 말해서 속으로 너무 놀랐어요..
그래서 바쁜 와중에 같이 은행 가서 남편이 직접 비밀번호 누르고 돈 찾아줬네요. 참고로 오해할까봐 덧붙이는데 저는 짠순이 소리 들을만큼 사치와는 거리가 멀어요. 제가 남편 카드 비밀번호를 알게된다고해서 그 돈을 함부로 쓸 일 같은 건 없어요. 남편은 그냥 본인 외의 타인에게 알려주기 싫은거예요. 결혼한 저도 철저히 그 타인인거고.
- 결혼하기 전에 2년 정도 동거를 했었어요. 동거 시작할 당시에 제가 남편 자취방으로 들어가는 상황이었는데 거기로 전입신고 했더니 초본 떼면 기록에 동거인으로 남는다면서 엄청 싫어함. 나와의 관계가 확실하지 않아서 싫은게 아니라(=찐사랑이니 아니니를 떠나서) 그렇게 기록이 남는게 싫다고함.
- 혼자 시간 갖는걸 중요하게 생각해서 각방 씀. 집에서 같이 놀다가 잘 시간 되면 인사하고 자기 방으로 가요. 근데 이건 저도 점점 혼자 자는게 편하단게 익숙해지긴 했는데.. 부부가 이래도 되나 싶은 걱정과 관계가 불안정하니 이렇게 각방 쓰는 것 자체가 불안해요.
- 공평성을 중요시해서 저한테도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대한다고함. 네가 짜증냈어? 그럼 나도 '똑같이' 짜증내는거고 네가 화를 내면 나도 화내는거야. 이 마인드. 전 이렇게 공평성을 따지면서 되갚아주려는 맘으로 그렇게 똑같이 하면 싸움만 만드는거라 생각해요. 싸우지 않고 잘 대화하는게 중요한건데 짜증이 나게된 내 감정은 중요하게 생각지 않고 짜증을 낸 행위만 따져요. 제 감정을 이해받지 못하는게 힘들고 그런 남편이 너무나도 냉정하고 차갑게 느껴져요.
최근까지도 이 얘기로 계속 다퉜는데 합의점을 찾지 못했어요.
✅ 남편 : 내가 그런 성향인거 연애할 때부터 알고 있지않았냐.
그걸 네가 수용했기 때문에 결혼한거라고 생각 하고 있었다.
이건 나의 기질이라 바꾸기 힘들 것 같아보인다.
그래서 도무지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
난 너에게 남들에게 하지 못하는 수많은 속 이야기들을 한다.
이게 네가 타인과는 구별되는 점이다.
결혼식을 올렸다고해서 연애할 때와 달라져야 한단게 이상하게 느껴진다.
✅ 나 : 그 당시엔 여자친구 였기 때문에 나를 거리 두는 줄 알았다. 결혼하고 가족이 되면 당연히 달라질 거라 생각했다.
나한테 속 깊은 이야기를 하는 건 연애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난 결혼을 함으로서 더 끈끈해지는 유대감과 소속감을 느끼고 싶은거다.
우리 둘 다 이 부분을 확실히 짚지 않고 결혼한 게 문제겠죠...
남편은 보수적인 경상도 집안에서 누나 넷 있는 막내예요.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가족들의 관심 같은게 부담스러워서
거리를 두다보니(?) 본인의 바운더리가 남들보다 강해진 것 같대요.
제가 봐도 남편의 저런 기질은 고칠 수도 없고 바꿀 수도 없어서
이 결혼 생활을 유지하려면
그냥 제가 포기하는 수밖에 없는 거 같은데...
이 관계에서 안정감이 안 느껴지니까 참 힘드네요.
우리가 사이가 좋았다면,
'그래 넌 그런 사람이지..' 여기고 이해할텐데 저 문제 외에도
- 논리 추구하는 T(남편)와 감성이 중요한 F(나)로 인한 갈등
- 공감능력이 부족해서 내 감정을 이해받지 못함.
- 남편의 회피성향.
이런 일들로 평소에 싸움이 잦아요.
결혼 8개월 차인데 최근까지도 싸우고나서 남편이 저보고 짐싸서 나가라고 말했었어요. 남편이 전세대출 받아서 구했던 자취방에서 결혼 하고도 계속 살고있거든요.
그럼 결혼을 했어도 연애할 때처럼 나가라고하면
언제든 전 쫓겨나는 상황인거고 쉽게 헤어질 수 있는거잖아요.
남편은 아이를 갖고싶어하는 입장인데,
이런 상황에서 제가 아이를 어떻게 가질 수 있을까요....
저도 안정된 환경에서 아이 낳고 가정 꾸리고 살고싶은데
저런 개인주의 성향이 저를 더 외롭게하고 지치게해요.
제가 이 결혼으로 인해서 얻은건 집안일과
챙겨야할 가족이 늘었단 의무감과 책임뿐인 것 같아요.
그동안 다투고 정말 수도없이 울고 불고 했었어요.
계속 이렇게 같이 사는 것도 힘들고 이혼할 용기도 없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냥 죽고싶단 생각만 계속 되뇌이네요.
고통스럽지 않게 죽는 방법은 없을까.. 그 생각 많이해요 요즘.
남편도 제가 이런 생각 갖고 있다는 거 알아요.
대화를 많이 하긴 했었거든요.
그런데도 본인의 기질을 바꿀 수 없다 생각하니까
딱히 이렇다할 방법을 못 찾는 중이에요..
물론 남편만 이상하고 나만 잘났단 건 아녜요.
저도 부족한 게 많아서 남편을 힘들게 하는 포인트들이 있어요.
남편에겐 제가 너무 감정적이고 피곤한 사람이겠죠.
남편이 객관적으로 사람이 이상하다거나 모자른 사람도 아녜요.
그냥 단지 성향과 기질이 나랑 달라서
제가 받아들이기 힘든거라 생각해요.
본인이랑 똑같은 성향의 사람 만났으면 아무런 문제 없었겠지...
또.. 제가 힘든 포인트만 적어서 그렇지
평소 사이가 좋을 땐 잘해주고 잘 챙겨줘서
주변에서도 남편이 참 좋은 사람이라고 말하긴해요...
문제는 갈등이 생겼을때...ㅠㅠ
얘기가 너무 길어졌는데..
글을 쓴 목적은
남편을 욕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어쨌든 이혼할 게 아니면
이런 성향을 품고 이해하는 수밖에 없을 거 같은데...
제가 대체 어떻게 생각해야 남편을 이해할 수 있는걸까요....?
저만 가만히 있으면 이 관계는 크게 문제될 게 없어요...
참고로 오늘 부부상담 시작했는데.. 글쎄요...
구청에서 무료로 해주는거라.. 상담사 스킬의 부족인지..
나아질 것 같단 기대가 안 보이네요...
이런 우리 둘이 잘 지낼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